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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문, 『사유의 열쇠: 철학』, 산처럼
2004년 2월 10일 초판 1쇄.

<ㅉ=229>현상학 phenomenology

현상학은 20세기 초 독일의 철학자 후설이 고안해낸 철학적 방법론이다. 이런 점에서 현상학은 같은 시기에 빈학파에 속한 몇몇 철학자들이 철학적 방법으로 고안해낸 분석철학과 논리적으로 다를 바 없다. 그들이 이러한 철학적 방법론들을 발명한 동기가 전통적 철학관과 철학적 방법에 대한 불만과 부정 때문이라는 점에서 현상학과 분석철학은 동일하다.

후설이 발명한 것은 '현상학'이라는 낱말이 아니라 '현상학'이라는 낱말이 붙은 철학적 방법론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상'이라는 개념은 이미 플라톤, 칸르의 철학에서 각자 관념적 실체(idea)와 본체(noumena)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등장했으며, '현상학'이라는 낱말은 이미 헤겔이 ≪정신 현상학≫이라는 유명한 저서에서 사용하였다. 그러나 후설의 경<ㅉ=230>우 현상은 그 두 말과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된다. 형이상학, 더 일반적으로 지금까지의 철학은 사물의 진리를 추구함에 있어서 구체적인 사물 자체가 아니라 추상적 사념에 의존했고, 과학은 이론 즉 가설과 실증적 실험이라는 두 축에 의존해서 사물에 대한 진리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모든 방법으로 얻어낸 앎은 사념적 철학의 경우 처음부터 실재 즉 구체적 대상 자체를 비켜 서 있거나, 과학의 경우 논리적으로 절대적일 수 없는 감각적 실증성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상대적 즉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진짜 '앎'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설은 절대적으로 확실한 경우에만 앎이 있고, 그러한 앎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신하여 구체적 의식대상으로서의 '현상(phenomenon)'에 밀착해 본질 직관의 인식주체로서 노에시즈(noesis)에 의존하여 대상의 본질로서의 노에마(noema)를 포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그 주장을 면밀하게 전개했다. 후설의 구호는 "사물 자체로 돌아가자!"였다. 그것은 곧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서 경험의 대상으로 눈앞에 있는 대상 즉 현상을 냉철히 관찰, 서술, 분석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이다. 분석철학과 마찬가지로 현상학은 19세기를 지배하고 있는 역사주의와 과학주의에 함축된 인식론적 상대주의에 반발하여 '엄격한 학문으로서의 철학'을 세우겠다는 동기가 뒷받침되어 있다.

<ㅉ=231>그러나 오늘날 모든 진리의 상대성을 주장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지배적인 것으로 볼 때, 20세기 초반의 철학적 경향을 지배했던 현상학과 분석철학의 꿈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결론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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