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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 busca del presente
『현재를 찾아서』
Octavio Paz, 김홍근 엮고 옮김, 범양사 출판부.
1992년 6월 20일 초판 1쇄.


<ㅉ=19>국왕 폐하,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짧게 말하겠습니다만 시간은 고무줄 같은 것이라서 여러분들은 무려 180초 동안이나 제 말을 들으셔야 됩니다.

우리는 세기말에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한 시대의 종말을 살고 있습니다. 이제 이데올로기들이 모두 무너지면 무엇이 탄생할까요? 우주적 화해가 실천되고 모두가 자유로운 시대가 올까요? 아니면 불화와 독재 체제의 민족주의나 종교적 광신주의가 되살아날까요? 이제 자유를 획득한 강력한 민주주의 체제들이 이기심을 버리고 가난한 나라들을 좀더 이해하게 될까요? 한편으로 가난한 나라들은 실패로 끝난 폭력적인 이론들을 이제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될까요? 그리고 제가 속한 중남미와 특히 내 조국 멕시코가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번영 그리고 사회적 정의뿐만 아니라 전통과 자기 자신과의 화해를 통해 이룩되는 진정한 의미의 현대화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그것을 알기란 불가능합니다. 최근의 역사가 아무도 역사의 열쇠를 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ㅉ=20>보여주었습니다. 이 세기는 많은 질문들과 함께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이 지구상의 생명이 심각한 위험에 직면했다는 사실입니다. 진보에 대한 우리들의 무비판적 맹종과 자연을 정복하기 위한 투쟁은 끝내 자살행위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행성과 원자들의 비밀과 유전 생물학과 생명 기원의 수수께끼를 풀기 시작할 때부터 우리는 자연의 한복판에 치명상을 입히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각 나라들이 어떤 정치적·사회적 체제를 채택하든지 간에 앞으로 맞이할 가장 시급하고 직접적인 문제는 환경 보존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곧 인간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이 세기가 끝날 무렵 우리는 동식물에서부터 세포, 유전자, 원자, 그리고 별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의 거대한 상호 연관 체계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옛 철학자들이 우주를 두고 '존재의 연쇄'라고 불렀듯이, 우리 모두는 그 한 고리들입니다. 인간의 모든 행위 중에서 가장 오래 되고 그 후 매일 반복되어온 행위 중 하나는, 머리를 들어 별로 수놓인 밤하늘을 놀라움을 가지고 바라다보는 것입니다. 별을 바라보는 행위는 거의 언제나 우주와 교감하는 형제애fraternidad를 우리에게 느끼게 해줍니다. 몇 년 전 저는 어느 들판에서 별이 흐르는 맑고 깨끗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 어두운 풀숲 사이로 금속성의 귀뚜라미 소리를 들었습니다. 귀뚜라미의 음악 소리와 하늘에 울려 퍼지는 밤의 맥박 소리 사이에서 저는 묘한 상호 교감의 일치를 느꼈습니다. 그때 저는 다음과 같은 글을 썼습니다.

큰 밤하늘,
머리 위에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수놓여 있다.
차가운
귀뚜라미 울음 소리
별밤을 세고 있다.

<ㅉ=21>별들과, 언덕들과, 구름들과, 나무들과, 새들과, 귀뚜라미들과, 사람들 각자가 자기 세계에 있고 각자가 하나의 세계지만 그 모든 세계들은 상호 교감합니다. 우리들 사이에 자연과의 우애가 되살아나야만 우리는 생명을 보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형제애라는 말은 자유주의 전통, 사회주의 전통, 과학의 전통과 종교의 전통 등 인간의 모든 전통 속에 공히 끼여 있는 말입니다.

우리 모두 형제애의 또 다른 표시인 건배를 합시다. 폐하와 고귀하고 위대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스웨덴 국민들의 건강과 행운과 번영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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