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가 된 신화』
Gary Greenberg, 김한영 옮김, 씨앗을 뿌리는 사람.
2001년 12월 15일 초판 1쇄.
<ㅉ=275>신화86
태양이 기브온 위에 머물렀다
성서 태양아, 기브온 위에 머물러라! 달아, 아얄론 골짜기에 머물러라! (「여호수아기」10장 12절)
유래 여기에서 태양과 달은 하늘에 떠 있는 천체가 아니라, 태양과 달을 숭배하는 종교 의식의 두 신을 가리킨다.
여호수아의 말에 따르면 아이를 정복한 후 강대한 도시인 기브온의 주민들이 이스라엘 군대의 공격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기브온의 몇몇 왕들은 먼 곳에서 온 가난한 히위족(고고학으로 전혀 확인되지 않는, 성서에만 등장하는 부족)으로 위장하고 여호수아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함께 싸울 테니 적들로부터 보호해달라고 한다. 여호수아는 이에 동의한다. 잠시 후 이스라엘인들은 그들의 거짓말을 알게 되지만, 계약은 신성한 것이라고 믿는 이스라엘인들은 약속과 명예를 지키기로 한다.
한편 이 계약을 알게 된 예루살렘의 왕은 이스라엘의 힘이 갈수록 강력해지는 것에 경각심을 느끼고, 몇몇 왕들과 함께 기브온을 공격하기 위해 연합군을 결성한다. 예루살렘의 계획을 알게 된 기브온 왕들은 여호수아에게 계약에 따라 그들을 보호해줄 것을 요청한다. 여호수아는 어둠을 틈타 연합군을 공격해 치명적인 패배를 안긴다. 그런 다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여호수아가 여호와를 향해 외치자 태양과 달이 갑자기 멈춘다.
"(…) 태양아, 기브온 위에 머물러라! 달아, 아얄론 골짜기에 머물러라!"
백성이 그 원수를 정복할 때까지 태양이 멈추고, 달이 멈추어 섰다. (「여호수아기」10장 12, 13절)
그 다음에는 이렇게 말한다.
<야살의 책>에, 해가 중천에 머물러 종일토록 지지 않았다고 한 말이,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주께서 사람의 목소리를 이 날처럼 이렇게 들어 주신 일은, 전에도 없었고 뒤에도 없었다. 주께서는 이처럼 이스라엘을 편<ㅉ=276>들어 싸우셨다. (「여호수아기」10장 13, 14절)
태양과 달에게 멈추라고 명령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물리적으로 볼 때 태양은 항상 멈춰 있다. 그 주위를 도는 것이 지구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그 명령이 어떤 목적에 기여했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두 천체를 멈추게 하면 이스라엘인들에게 어떤 이득이 오는가?
어느 전통적 주장에 의하면, 낮이 길어지면 적들이 어둠을 틈타 도망치기 전에 더 많이 학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앞의 구절들을 보면 적군은 이미 전멸했다.
그들이 이스라엘 군대 앞에서 도망하여 벳호론의 내리막길에 이르렀을 때에, 주께서, 거기에서부터 아세가에 이르기까지, 하늘에서 그들에게 큰 우박을 퍼부으셨으므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우박으로 죽은 자가 이스라엘 자손의 칼에 찔려서 죽은 자보다 더 많았다. (「여호수아기」10장 11절)
천체를 멈추게 한 것은 낮을 더 길게 하려는 것과 무관하다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그 이야기에 태양과 달을 멈추게 한 결과로 발생한 사건이나 행위가 묘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설령 이스라엘 군대가 적을 완전히 섬멸하기 위해 낮이 더 오래 지속될 필요가 있었다는 주장을 인정한다 해도, 달은 왜 멈춰야 했는가 라는 의문이 남는다. 달이 정지하는가 아닌가가 그 각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었겠는가?
본문에는 그 같은 날이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 기적이 일어났다면 광범위한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격하고 언급하지 않았을 리 없다. 특히 이집트인과 바빌로니아인을 비롯해 이스라엘의 여러 이웃들은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세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모든 기록과 전설에는 그렇게 엄청난 장관을 봤다는 언급은 고사하고 암시조차 발견되지 않는다. 「여호수아기」에 언급된 수많은 전적지가 그렇듯, 고고학의 증거에 따르면 기브온은 여호수아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주거흔적은 기원전 1200년경의 것이 발견될 뿐이다.
이 이야기를 쓴 성서 서기관들은, 태양의 기적이 자연현상을 조종하는 하나님의 능력을 입증할 수 있고 여호수아의 승리가 하나님의 능력으로 얻은 것임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편집자들은 태양과 달에 관한 이야기를 이전의 문헌들 특히 <야살의 책>에서 가져왔<ㅉ=277>다. 우리로서는 원래 이야기가 무엇이었고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졌는지 알 방도가 없다.
이 이야기는 해석의 관점에서 흥미로운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우선 태양과 달이 멈춘 곳은 지상의 두 장소인 기브온과 아얄론 계곡이다. 태양이 단지 기브온에만 머물고 달이 아얄론에만 머물렀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관찰한 결과인가? 관찰자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무의미한 개념에 불과하다. 두 천체가 멈췄다면 그것은 적어도 (태양이 밝게 빛나는 시간에 달을 볼 수 있다는 가정하에) 가나안 전 지역에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의 역사적·문학적 배경을 살펴볼 때 우리는 이상과 같은 혼란의 해결책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여호수아 시대에 근동 지방에서 태양과 달은 주요한 신이었고, 따라서 야훼의 경쟁자였다. 그런 태양과 달에게 정지하라고 명령했다는 것은 단지 이스라엘의 적들이 숭배하는 태양과 달에게 싸움에 개입하지도 말고 복수하지도 말라고 명령했다는 의미다. 그것은 야훼가 더 강력한 신이므로 적들의 신은 그의 권위에 굴복해야 했다는 의미다. 지상의 특정 장소에 태양과 달을 멈추게 한 것은 두 신에게 숭배자들을 돕지 말고 각자 신전에 머물러 있으라고 명한 것이다. 태양의 신과 달의 신이 적들을 돕지 않았다면 헤브루의 신은 그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적 표현을 감상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종종 상징을 그 안에 감춰진 의미와 혼동한다. 일신교의 교리에 깊이 매몰된 성서 서기관들로서는 고대의 신들을 시적으로 드러낸 우화적 표현들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결과 그들은 태양 신과 달 신에 대한 시적 묘사를 태양과 달 자체로 혼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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